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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여성신문, 김숙자 총장 인터뷰
작성자 웹마스터 작성일 2014-10-13 조회수 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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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에 강한 ‘작지만 큰 대학’으로 승부할 것”

이론과 실무 겸한 교육, 고등 여성 직업의식 길러
평생을 교수, NGO활동가로
여성 총장 10%대, 여교수 적기 때문
 
경복궁의 서쪽, 이른바 요즘 뜨고 있다는 ‘서촌’ 한복판에 배화여대가 자리해 있다. 116년 전인 1898년 미국 남감리회 소속 캠벨 선교사가 지금의 서울 종로구 내자동에 여성 교육을 위해 설립한 학당이 배화여대의 뿌리다.
 
서촌 골목 깊숙이 자리한 캠퍼스에 들어서니 그림 같은 인왕산을 배경삼아 청와대와 경복궁, 소박한 서촌 풍경이 한눈에 펼쳐졌다. 김숙자(70·사진) 배화여대 총장은 “총장으로 오기 전에는 배화여대의 집터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며 “유서 깊은 집터만큼이나 배화여대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라고 학교를 소개했다.
 
실제 배화여대는 전통의상과나 전통조리과 등 전통을 기반으로 한 학과들과 스마트 IT과 등 최첨단 기술을 다루는 과 모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1년 제8대 총장으로 취임한 김숙자 총장은 “글로벌 여성 CEO 대학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취임 일성답게 배화여대를 실용 학문의 전당으로 만들기 위해 창업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총장 뽑는 시험 있다면 여성 많았을 것”
이화여대와 연세대에서 법학을 공부한 김 총장은 1984년부터 명지대 법대 교수로 재임하다 퇴임 후 배화여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재임 3년 차를 맞은 김 총장은 지난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6차 세계대학 여총장 포럼’에 참석해 한국 대학의 여성 총장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돌아왔다.
 
세계대학 여총장 포럼(WWUPF)은 2001년 중국 전매대학(传媒大学·중국 최대 미디어 대학)의 당시 류지난(劉繼南) 총장이 세계 대학 여총장 네트워크를 통해 여성 대학 총장들이 서로 소통하고 연합해 여성 총장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포럼으로 올해는 ‘대학교 여성 총장 및 여성 리더십의 향상’이 논의의 초점이 됐다. 3년에 한 번씩 중국에서 열리는 여총장포럼에 올해는 김숙자 총장과 숙명여대 황선혜 총장이 참석했다.
 
이번 발표를 위해 김 총장이 조사한 바로는 우리나라 202개 4년제 대학 중 여성 총장은 14명(6.9%), 139개 전문대학 중 여성 총장은 22명(15.8%)에 그쳤다. 그나마도 46개의 국공립대학 중에서는 여성 총장이 전무하다. 소수의 여성 총장 중에서도 대학 설립자의 딸, 배우자, 며느리 등 재단 관계인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고, 학교재단과 인척관계가 없고, 모교 출신도 아닌 여성 총장은 배화여대 김숙자 총장이 유일했다. 또한 김 총장은 서울지역 전문대학의 유일한 여성 총장이기도 하다. 김 총장은 이처럼 여성 총장의 수가 적은 것은 “여교수의 수가 적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여교수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2012년 20%를 넘겼을 뿐입니다. 더구나 총장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의 각종 보직을 두루 거치며 대학 행정을 익혀야 하는데 여교수들은 가사나 육아에 대한 1차적 책임이 주어지기 때문에 주요 보직을 맡기기 어렵다는 편견이 있죠. 그래서 여교수들은 자의 또는 타의로 대학 행정 경험을 쌓을 기회를 얻기가 어려워요. 사법시험처럼 대학 총장을 뽑는 시험이 있었다면 고득점 합격자는 여성이었을 겁니다.”
 
김 총장은 여성 총장의 수를 늘리기 위해 근본적으로 여교수 임용을 확대하고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제도 개선과 인식 변화, 여성 리더십 향상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교수로 시작해 학과장, 학장, 대학원장, 부총장 등 대학 내 주요 보직을 맡으면서 대학 행정을 두루 경험한 그는 총장에 취임한 후 ‘2014 한국을 빛낸 창조경영’ 시상식에서 ‘글로벌경영 부문’ 대상을, 제18회 ‘여성이 뽑은 최고의 명품대상’ 시상식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탁월한 경영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자신을 ‘기본에 충실한 원칙주의자’라고 소개한 김 총장은 대학 경영에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 리더에게는 지식과 전문성, 훌륭한 인품, 높은 도덕성, 인내성 등이 요구되죠. 대학 총장은 그런 것 위에 대학의 비전과 교육목표를 제시해야 하고, 국제화 시대에 따른 국제적 감각, 창의적 사고를 가진 행정가, 개혁을 위한 변화 촉진자, 운영 책임자가 돼야 합니다. 구성원과의 소통, 화합, 봉사, 사랑을 강조하는 수평적 리더십이 요구되죠. 과거 대학 총장의 이미지가 학자형이었다면, 오늘날은 CEO형 총장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연변대 가정법률자문소 10년간 지원
중국을 본부로 하는 세계대학 여총장포럼 조직위원회에서는 김숙자 총장이 배화여대 총장으로 취임한 2011년 5차 포럼부터 참석 요청을 해왔고, 포럼에서도 김 총장의 자리는 언제나 헤드테이블이다. 이러한 극진한 대우는 김 총장이 20여 년간 중국과 맺어온 인연 때문이다.
 
김 총장은 중국과 우리나라가 수교한 직후부터 중국 중앙민족대, 북경대, 무한대, 운남민족대, 연변대 등 중국 내 여러 대학에서 우리나라의 민법을 강의해왔다. 재산법과 가족법을 중국법과 비교 강의하고, 가정폭력특별법과 성폭력특별법을 소개했다. 또 한때는 세계 유명 여성 인사를 초빙해 인터뷰하는 중국 CCTV ‘반변천(半辺天)’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중국 각지에서 얼굴을 알아볼 정도로 명사가 되기도 했다. 특히 1996년 김 총장은 중국 연길시 연변대학에 가정법률자문소를 개설해 현지인들이 무료 법률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당시 연변대 박문일 총장이 “우리는 공산당이다. 함께 일하고 공동으로 나누는 공산당이어서 남과 더불어 살아가지만, 김 교수는 왜 여기에 와서 우리를 돕는가”라고 묻자, 김 총장은 “나는 공산당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을 돕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하나님당”이라고 답한 것이 유명한 일화로 전해지고 있다.
 
“연변 조선족자치주에서 많은 조선족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일하고 돈은 벌고 있지만 가정적으로는 문제가 많이 생기더라고요. 상담 사례가 있을 것 같아 법률자문소를 법대 부설로 만들라고 했더니 여력이 안 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돕기 시작했죠. 개설 이후 10년 동안 운영비 일체를 지원했습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김 총장이 배화여대 총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중국 100개 중점 대학의 하나인 연변대가 전문대학인 배화여대와 주저없이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부터 1년간 한국어 연수를 받도록 10명의 학생을 보냈다. 기숙사가 구비되는 대로 더 많은 학생을 보내기로 했다.
“중국이 인치(人治)에서 법치(法治)로 향하는 과정에서 법의식을 심고 한국의 법률문화를 중국에 전하는 데 자긍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들이 우리의 법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흥분을 느끼기도 했죠. 법률자문소를 만든 건 제가 존경하는 이태영 박사님께 배운 것을 실천한 것이고요.”
 
이런 활동들이 “오지랖이 넓어 그렇다”는 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학용품을 온 동네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와 어머니께 지청구를 듣기 일쑤였다. ‘남녀칠세부동석’이었던 시절 네 딸을 키운 아버지는 “남녀는 구별이 있을 뿐 차별은 없다”고 가르치셨고, 그 가르침대로 김 총장은 자연스레 여성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가족법과 재산법을 전공한 그는 부부별산제 문제의 결과, 이혼 시 재산분할청구권과 상속 시 처의 몫에 관한 문제, 부부 간의 증여세 문제에 반론을 제기했다. 특히 세법 개정운동을 시작했고, 가정폭력특별법 제정에도 기여했다.
 
‘샌드위치’ 된 전문대 교육
평생을 교수로, NGO 활동가로, 방학 때면 중국의 객좌교수로 활동하는 워킹맘으로 살아온 김 총장은 세 딸 모두 교수로 키워낸 것으로도 주변의 부러움을 산다. 연년생인 세 딸은 현재 대학에서 법학, 아동학, 정책학을 각각 가르치고 있다.
“저는 대학 2학년 때부터 1980년까지 병명도 모르고 아팠어요. 서른 살도 못 산다고 했던 제가 일흔이 되도록 일하고 있는 것은 다 하나님 은혜입니다. 이런 제가 딸들에게 해줄 수 있었던 것은 아플 때도 책상에 앉아 책을 보는 모습을 보여준 게 다입니다. 책상을 길게 만들어서 엄마랑 세 딸이 나란히 앉아서 그림도 그리고, 만화책도 보고 그렇게 책상에 엉덩이 붙이는 습관만 보여줬지요.”
 
마에스터고 등 특성화 고등학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선취업 후진학을 독려하는 교육부 정책과 4년제 대학의 직업교육화로 “전문대는 샌드위치가 됐다”고 우려하는 김 총장은 앞으로 “4년제 대학에 근접한 실무에 강한 대학교육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싶다”고 비전을 이야기했다.
 
“우리 대학 스마트 IT과 학생들은 이미 4년제 교수도 싣기 어려운 SCI 학술지에 논문을 싣고 각종 대회에서 상을 탔습니다. 일어통번역과 학생들도 스피치 대회에서 우수상을 타고, 올해 새로 개설된 세무회계과는 지난 9월 초에 시행된 자격증 대회에서 세무회계학회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이지만 고등여성직업의식의 인성을 갖추고 각 과마다 학사학위가 수여되는 심화과정을 확대해 4년제에 근접한 이론과 실무를 겸해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영속시킬 것입니다.”
 
김수희 / 여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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